필진칼럼

개헌 논의는 이미 시작되었다

  • 바다위도시
  •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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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장되는 개헌론은 대개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문재인의 시기상조론
‘개헌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다만 대선 이후에 추진하자.’


둘째, 김부겸의 공동공약화론
‘지금부터 논의해서 야권후보의 공동 공약으로 내놓자.’


셋째, 손학규의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론
‘개헌에 찬성하는 세력이 헤쳐모여 하자.’


넷째, 정우택의 개헌으로 정권교체 저지론
‘개헌을 통해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자.’

 

 

이들 네 입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시기상조론’: 이 입장은 지금 개헌을 논의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걸 원치 않는 세력이라 간주하는 것이다. 각 후보들이 자기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내고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개헌 공약은 늘 빌 공자 공약이 되더라는 점이다. 자신의 임기 단축을 감수해야 하는 개헌을 임기 초반에 추진할 리 없고 후반에 가서야 하자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 즉 시기상조론은 사실상 개헌을 하든 말든 그건 내 마음이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2. ‘공동공약화론’: 이 입장은 지금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끌어내는 한편 , ‘국민의당’을 포함한 범야권(후보)들 간에 합의된 데까지 개헌안을 공약으로 만들어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그래야 대선 직후 개헌 공약 이행에 구속력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개헌을 당략으로 이용하지 말라든가, 정계개편용 개헌 논의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문제는 김부겸이 비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김부겸이 연 문으로 새누리당의 정권교체 저지 음모가 밀고 들어오거나, 손학규가 주장하는 정계개편론이 끼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그래서 친문 지지층은 무조건 개헌 반대를 외치고 있다.

 

 

3. ‘정계개편론’: 이 입장은 개헌 대 호헌으로 세력 재편을 함으로써 반문전선을 형성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개헌 세력에는 더민주 내부의 비문, ‘국민의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 비박계까지도 포함된다. 개헌 시기도 대선 이전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새누리 비박은 몰라도 더민주 비문이 당을 나갈 확률이 낮다는 점. 그리고 이 깃발을 손학규가 들었다는 점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처럼 ‘호헌 전두환 대 개헌 범민주세력’의 구도만큼이나 개헌에 대한 광범하고 격렬한 국민적 요구가 있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정계 개편이다. 더욱이 특정인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방책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4. ‘정권교체 저지론’: 박근혜가 10월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제안했고, 며칠 전 신임 정우택 원내대표가 ‘개헌 이끌어 좌파진보 집권 막겠다.’고 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개헌을 고리로 새누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도모해 보수재집권을 노리는 전략이다. 이는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음모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평소 수긍하던 국민들도 이런 개헌 추진세력의 정략성, 음모성에 금방 반개헌으로 돌아서곤 한다.

 

 

종합하면, 지금 누구도 호헌을 주장하는 세력은 없다. 이미 개헌 논의는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에서 갈라진다.


구도로 보면 양쪽 끝에 새누리당 친박의 보수재집권 전략과 더민주 친문의 개헌 논의 봉쇄가 맞서 있는 모양새다. 그 중간에 김부겸이나 손학규가 있다. 특히 김부겸은 이런 복잡애매한(?) 상황을 알면서도 개헌론을 주창함으로써 ‘시기상조론자’들로부터 의심과 뭇매를 자초하고 있다.

 

 

그럼 김부겸은 바보라서 화를 자초하고 있을까?
최근 김부겸은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야권통합의 방편, 즉 ‘확실한 정권교체’ 전략으로서 개헌 플랫폼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하나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다. 다른 또 하나는 차기 정권을 연합정부로 구성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통령 임기 단축과 권력 분점이 걸려 있기 때문에 친문진영이 반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쟁점은 하나다.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굳이 개헌까지 안 해도 된다는 입장과, 혼자 다 가지려 하다가 87년처럼 분열하거나 대통령(제)의 실패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 간의 논쟁.

 

혹은 87년처럼 야당의 압도적 우세 하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내가 나가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세력과, 오히려 그럴수록 야권의 분열과 그에 따른 어부지리 때문에 야권 통합을 전제하지 않으면 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세력 간의 격론, 그렇게 압축될 것이다.